우리 아파트촌에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어디엔가 보금자리를 트고 집단생활을 한지는 오래 되었다. 원래 그들이 이곳에 온것은 쥐를 잡는다기 보다는 애완용으로 집에서 길러 졌다가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지니 버림을 받았을 고양이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고양이들은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생활하지만 살이 디룩디룩 찐 뚱보들이다.

이놈들은 최진사가 뭐라 그래도 힐끗 돌아보고 눈을 흘길뿐 겁대리가 없다. 원래 이곳 아파트엔 노랑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잘 살고 있었는데, 며칠전 검은 고양이 '네로'란 놈이 한마리 보이더니 서로 으르렁대는 소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전체가 시끄럽다.

그 울음소리들이 너무 흉칙스러워 막대기로 쫓기도 하고 가까이 접근하여 말려도 보지만, 그들이 대치할땐 사람도 겁을 내지 않는다. 이들의 영역다툼은 목숨을 걸고 대치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몸싸움까지는 가지않고, 온몸을 치켜 세우고 꼬리를 떨며 울음소리로 잔뜩 허세를 부리는 정도에서 서로 존재감만 알리는 정도에서 끝나곤 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아 얼른 카메라를 빼어서 들이대어도, 이넘들은 서로 살기가 돋아서 최진사 따위는 염두에도 없다. 결국 사생결단의 영역다툼은 피를 부르는 충돌까지 이르고 말았는데... 검은 고양이 '네로'는 길 건너편으로 도망 갔는데 하마트면 자동차에 치일뻔 했다. 나중에 노랑 고양이는 왼쪽 다리를 쩔뚝거리고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서로가 큰 상처를 입은것 같다.

이곳 강남구 한 선거구에 한나라당이 3명이 몰려 한솥밥을 먹던 같은당 소속끼리 영역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끝나면 같은 당원끼리 원수가 되겠다”는 말이 흘러 나온다.

(촬영: 최진현 / www.viet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