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머리카락이 하얗게 쉬어 70이라고 해도 좋고 60이라고 해도 괜찮다며 나이들어감을 별로 의식하려하지 않는 친구다.
그동안 진척이 어려웠던 모창업투자회사의 대주주들인 그들은 이제 경영권양수도가 일단 이루어져 편안한 심리상태를 보이긴했다. 그러나 향후의 잔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선 일반 선남선녀와같이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동동주한잔에 취기가 돌자 자연스레 현직에서 은퇴한 후의 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하지라며 다들 일말의 불안한 심사를 들어낸다.
하얀백발이 먼저 말했다. 엘지그룹구회장은 20평정도의 유리하우스에 채소등을 재배하는데 매일 하루종일 일해도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고 손수재배해 올린 유기농채소의 찬거리에 대단히 만족해하며 노후를 잘 보내고 있다고 하며 그렇게 자신도 유리하우스를 지어 생활해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또 한친구는 서산 어딘가에 세발낙지낚시할 만한 곳을 찾아 들어가 그럭저럭 바닷바람쏘이며 살아가야겠다라며 빙그레 웃는다.
열심히들 살아온 친구들이다. 재벌그릅의 최고위직을 두루 섭렵한 친구들인데 이제 막상 마지막 끈을 놓으니 갈곳이나 머물곳이나 할일들이 다 추상적이다. 본인이 황혼기에 해보려고 했던 일들에 대해 무엇하나 구체화시켜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나 자신도 내게 반문한다. 넌?
글쎄다. 뚜렷하게 무엇을 하여야지라는 구체성이 역시 없다.
그냥 와봄에서 잡초랑 어울려 살아가야하는겐지---.
동기들아! 자네들은 어떤 노후 프로그램을 짜 놓으셨는가?
제발이지, 혼자만 희희낙락하며 즐기려들지말구 함께 공유하면 안됄까?
게시판에 노후프로그램좀 풀어놓으시게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