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먹고 양재천 산책을 나갔다.
TV에서 춥다고 엄포 놓은것보다는 덜 춥다.
양재천에는 영동1교부터 영동6교까지 놓여있다.
바둑판 강남도로에서 남쪽으로 가는 다리들이다. 다리 아래에는 갈대꽃(?) 과 억새꽃이 하얗다.
영동3교를 돌아서 영동5교를 지나고 영동6교 쪽으로 열심히 걷는데...
어떤 여학생이 앞을 가로 막는다.
"저어~~~저어~~~"
"왜 그러는데?"
"저어~ 제 전화기가 밧데리가 나갔는데 휴대폰 좀 빌려 주세요"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폼이 그래도 맘에 들어 허리춤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네 주었다.
요즘 아이들 양쪽 엄지 손가락으로 다다닥 눈깜짝할새 통화버튼을 누른다.
"야아~ 너 지금 어디있는데?"
"전화기 빌려서 전화하는건데...너 어디있어?"
"뭐라구? 콧빼기도 안보이는데..."
"뭐라구? 거기 어딘데?"
"뭐라구? 뭐라구? 안보인다니까?"
"거기가 어디냐구?"
"다리가 보이고 갈대밭이 보인다구?"
"야아~ 너 거기 어디야?"
계속 같은 말이 반복되고...
벌써 4~5분 지났는데도 수다는 그치지 않았다.
전화기를 달라는 시늉을 하니 건내 주었다.
"학생, 차근차근 말해봐요. 주변에 보이는걸 아무거나 말해봐요."
"네? 아저씨...다리 아래 모여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이구..."
"알았어 전화 끊어. 친구를 그쪽으로 보낼께"
한 여학생은 양재천 영동4교 다리아래에서 기다리고, 한 아이는 영동5교 근처에서 눈 빠지고 기다린거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딸내미들이 수다 많다는 것을 또 느꼈다.
같은 말에 반복에 또 반복...
통화료가 아까워 그런게 아니라...
전화 오기를 기다리던 '검은베레'의 전화가 그 사이에 왔었는데 그만 끊겼다.
"으음~ 낭패..."
'검은베레' 전우가 해외로 갔는지 깜빵에 갔는지 통 연락이 안된다고 누가 그래서 전화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다시 재발신을 해봐도 신호만 간다.
그래도 전화가 왔었다는 사실은 죽지않고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