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마라톤이다 등산이다하면서 쿨맥스,하이쿨이니 등등의 기능성 샤츠가 제법 많아졌다.
참 편리하고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6.25동란이 막 끝난 즈음
우리집은 경남 진양군 대평면사무소앞에서 동란을 피해, 진주 가마못옆에 이주하여 그때 한창
유행하던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을때의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 처가동네에서 온 호주기가 쌩하고 한번씩 머리맡을 지나가면 정미소 앞 원두막이
무너질듯 폭음이 울리고,모든 물자가 형편없이 모자라고, 검정 고무신은 실로 꿰매어 신고,
심지어는 여름엔 맨발로 다니고 하던때라,진주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않은, 지금은 없어진
가마못옆이지만, 사나흗에 한번씩 방물장수 아주머니가 들러가곤 했다.
원두막에 올라가 여름 한낮을 보내고 내려와 정미소안을 들락거리며 장난을 치다 보니 해질녁쯤
되어서 정미소 바로앞 길가집에서 엄마 소리가 난다.
웬일인가 들어가 보니 이것저것 꺼내놓고 방물장수 아주머니 장광설이 한창인데, 내 눈은 그 집
아이가 입고 있는 새하얀 런닝샤츠에 꽂혔다.
흰 저고리에 꺼먼 바지가 전부인 시절 흰 런닝 샤츠라니.....
방물장수 소쿠리를 죄 훝어도 런닝 샤츠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반사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도망 갈려고 하였으나,치수만 확인하고 벗어준다는 약속을
받고 벗어주고는 내가 입어 볼 동안 내 바지를 꼭 잡고 있었다.
나는 런닝샤츠를 입고는 "좀 작아 뵈네, 약간 풍덩했으면 좋을낀데 뒤로 한번 돌아봐라"하는
소리에 도는 척하면서 그대로 입고 줄행랑을 쳤다.
고무신이야 벗겨지건 말건, 따라오다 나를 놓친 그 아이의 앉아 버둥대며 우는 고함 소리는 귓전에
흩날리면서....
|
| LAST UPDATE: 2004.06.11 - 10:10 |
61.82.251.134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 Windows 98)
|
이름검색
473
28
32
사람살려!~
용락이 얼굴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