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이 하도 심심한거 같아 제가 아침에 웃으면서 읽은글 하나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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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 철 - www.vietvet.co.kr ♧ 2004/6/12(토) 23:36
신입회원으로 여자 하나가 새로 오고부터
다니는 헬쓰클럽이 요즘 들어 부쩍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 동안 다른 여자회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개가 뚱뚱이 아줌마들인지라 여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별 관심도 없었다.
뭐 하는 여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여자가 운동하는 저녁시간이 전에 없이 붐볐다.
여자는 세련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채 언제나 런닝 벨트 위를 낭창낭창 뛰었다.
빠지고 안나오기 일쑤였던 남정네들이 꼬박이 나오게 되었고,
하릴없이 그녀 앞에서 덤벨(아령)을 들었다 내렸다 엔 꼴깝을 다 떠는가 하면,
가슴에 王자를 만들어 보이느라 별 용을 다 쓰기도 했다.
자연히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은 구석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여 체력증진을 도모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안내문이 나붙었어도 막무가내로 그 시간만 사람들로 복닥댔다.
나라도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며칠 전 한 타임 앞당겨 헬쓰장엘 갔다.
달랑 여자 하나가 런닝벨트 위를 달리고 있을 뿐 기구들이 죄다 놀고 있었다.
벨트 위를 뛰고 있는 여자는 다름이 아닌 새로 들어온 그 여자였다.
호, 이럴 수가. 어쩐일로 그 시간대에 그녀 혼자 운동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무실에 있는 김사범을 지체없이 불러들였다.
‘어이, 김사범, 여기다 이십키로만 더 얹어봐.’
가까이에 있는 바벨을 가리키며 내가 김사범에게 이십키로를 지시했다.
사범 눈이 대번에 똥그래지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십키로요? 무리에요. 그냥 하세요.’
‘어허, 김사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시키면 네 하고 할 것이지.’
내가 눈을 부라리자 사범은 마지못해 내 지시를 따랐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꼭 큰 소리를 내야 듣는 척 하는 게 문제다.
허리 벨트를 조이고, 횟가루를 한 줌 집어 손에 비벼댔다.
이십키로가 늘어난 바벨로 다가가 바에 어깨를 밀착시킨 채 호흡을 조절했다.
쇠덩이의 상당한 무게가 양어깨에 느껴졌다. 기합을 짧게 넣으며 상체에 힘을 주었다.
‘흐헙-.’
내 소리에 놀랬는 지 여자가 잠시 주춤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떼자 홀더를 벗어난 엄청난 무게가 이제 온전히 내 몸에 얹혀졌다.
앉았다 일어서기동작의 첫 번째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두 번째 시도는 겨우 마무리 했고,
세 번째 시도에서 갑자기 일어서기가 안 되었다.
무릎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펴지질 않았다.
그렇게 되자 바벨은 두 배의 무게로 증폭되어 온몸을 압박해 왔다.
삼풍백화점도 그런 증폭된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이대로 눌린다면 필시 뼈의 어느 한 군데라도 상할 건 뻔한 노릇이었다.
안간 힘을 썼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사람 살리어.’
나도 모르게 비명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못 들었는지 여자는 벨트 위에서 그대로 뛰고 있었다.
진땀이 나면서 온 사지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다시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리어.’
비굴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제야 뒤돌아다 본 여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내게 달려들었다.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자 여자는 급하게 사무실로 뛰어갔다.
그 사이 나는 바벨을 바닥으로 내동댕이를 치고 겨우 탈출을 했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적인 일이었다.
달려온 사범이 진공재로 특수 설비한 후로아에 커다란 구멍을 보고 울상을 지었다.
‘하, 미치겠네. 이번 달은 바닥 수리비만 엄청 들어가겠네. 이게 벌써 몇 번째야.’
‘김사범, 먼저 뚫린 바로 그 자리가 또 뚫렸어. 희한하다, 그치?’
여자가 김사범에게 하는 소리였다.
천정인지 바닥인지 뒤섞여 눈앞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그날 나는 옷도 갈아입지도 못한 채 헬쓰장을 빠져나왔다.
그 후로 거기는 발걸음을 못하고 있다.
아마도 그 근처로는 앞으로 얼씬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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