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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두터운 껍질 속에서, 늘 바쁘게 살아 오다가,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나는 벌써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는 초로의 길목에 서 있었다.
젊은이는 희망을 먹고 살고, 늙은이는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훨씬 지나쳐 버린 정거장, 그 정거장 마다에는 하나 씩, 또는 둘 씩 때로는 수북히, 조금씩 반짝이는 추억 들이 누워 있었고, 나는 새삼스러이 그 추억의 편린 하나 하나를 다시 주워 모으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도, 우연히 중학교 홈피를 방문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고, 그 홈피 안에는 많은 친구들이 각자 살아온 인생 여정의 독특한 색깔로 자기를 표현하고, 외로움을 달래고, 남은 인생을 정리하는 방법들을 얘기하고 있었으며 나는 몹시도 놀라면서 나를 되 돌아보고 있었다.
와봄 촌부, 와봄 신덕선, 신철.
초등학교, 중학교 합해서 9년, 성인이 된후 동양증권 부산지점장으로 부임해 있는 동안의 1-2년. 내가 알고 있는 신철이는 새까맣게 반짝이는 눈망울. 시커먼 눈썹. 선이 분명한 미남형 얼굴을 한, 좀 공격적이고, 가슴보다 머리가 상대적으로 큰, 그래서 다소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계산이 빠른, 말 하자면 출세지향적인 성향의 인물이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홈피에서 만난 와봄촌부는 나를 상당히 놀라게 하고있다.
사는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가 쓴 글이나홈페이지에서 풍겨내는 냄새는 10여년 전의 신덕선이는 아니다. 신철이는 더욱 어니다.
가난과 오랜동안의 혼돈을 깨고, 머리 보다는 가슴이 커진,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따뜻하고,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로움이 있고, 남은 인생여졍에 있어 나아가야 할 길을 찿아낸 후의 중후함이 있고, 주변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지혜의 주머니를 옆에 차고, 이웃의 아픔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멋진 초로의 신사가 되어 있었다. 반면에 나는?
철아,
모든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몰려드는 타방객지, 서울에서 용케도 삐뚤어 지지아니하고 올 곧게 살아가는 네 모습은 나를 충분히 감동케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는 아느냐 ?
가끔은 금전의 노예가 되고, 권력욕에 눈이 멀어져 친구를 팔고, 의리를 짓 밟고 인격을 내 팽개치고,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우정, 사랑, 신뢰등 소중한 모든 것을 잃고 탕아가 되어버린 군상들 속에 퍼 질러 앉아 회한과 질곡, 분노와 실망으로 몸부림 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철아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격심한 경쟁 속에서도
개물성무의 기백을 잃지 아니하고, 자기 일을 찿아내고 정진 해 나아가는 네 모습이 44-45년전의 당감동 시절의 네 모습과 겹쳐지면서 그저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구나
사랑하는 친구야
기회가 오면 옛 말하면서 편안하게 소주 한 잔 하자꾸나
건투를 빈다.
부산에서 성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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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봄촌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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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성아,
어딘가 그리도 헤매돌다 이제야 돌아온, 어릴적 죽마함께 타며 놀던 그리운 벗아!
너도 반백 나도 초로, 그 많은 세월이 갔지---.
너무 적조했네그려!
아직 네모습엔 웃으면 하늘보며 눈이 짓무르도록 까르르 숨이넘어가던 그 동안이 어딘가 있을거야. 보고 싶으이.
자주 보아야 해. 알았지?
건강하구 ---
철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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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06 - 1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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