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가 하얗게 내린 나의 뜨락, 지난 한철 내내 그 맵시를 자랑하던 장미도 이젠 종언을 고하네. 시간은 모든것을 정지시키고 잠재운다.
잔디위의 하얀 무서리를 밟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산타페에 시동을 걸러 나가고 있었다. 아직 동은 트이지 않고 새들도 기척이 없는 이른 새벽에 고향인듯 따끗한 아랫목을 기어나와 그리도 일구월심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러 나가고 있었다. 아 ! 일상이란 범보다 무섭고 무서리보다 더 무섭구나----.
일상에서 벗어나 보려고 그리도 무던히 애쓰면서 타향객지살이를 근 40성상이나 돌고 돌았는데 손에 집히는 건 빈 공간일뿐 조용한 연못위의 내 모습은 머리 성성한 왠 초로의 일상의 끈으로 연결된 초라한 노인모습뿐일세.
소유에 의존하는 삶이 가치없음은 내 진즉 어렴푸시나마 깨달았지만 한걸음 와봄을 벗어나면 무서리보다 더 차고 시린 일상이고 그래도 그 일상에서 적당히 안주하며 자아당착에 헛된 정체성만 되찾으려 하고 있을뿐이네.
벌써 세밑, 내게 건네진 새해 달력.
무서리치는 내년 어느 겨울 날, 한해, 일상에서 허우적거리다 우리 사랑하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술한잔 제대로 못마시고 고향같은 아랫목에서 기어나와 또 자동차 시동걸러 나갈까 저어되네.
그래도 현재는 좋고 소중한 것, 세밑일망정 일상타령 술한잔에 잠재우고 그 범보다 무서운 무서리 치던 내년 어느 겨울엔 일상의 모진 사슬 이 끊어져 나가는지 신년운세한번 보아야지!
DATE: 2004.12.06 -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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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열받으니 눈물이 나네. 쓰벌!
철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