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남전에서 50m반경내에서 밤낮으로 같이 생활하던 그 선임하사님 뵈러 모악산엘 갔다.
1월 11일 TV 일기예보는 그 지역에 5cm의 눈이 내려 교통대란을 예고하고 있었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기어히 끝내고마는 최진사 성미에 눈이 온다고 안 갈 사람이 아니다.
평소 쓰지않아서 쳐박아 놓은 스노우 체인을 트렁크에 싣고서 고속도로를 진입했다.
천안-논산 민자고속도로를 달려서 전주IC 27번 국도를 타고 20km 모악산을 지나 안덕리로 향했다.
27번 국도변 "민속한의원" 팻말따라 마을길을 접어드니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이다.
체인을 감고 5km 산길을 겨우겨우 차꽁무늬 뒤뚱대며 올라갔다.
경사진 곳을 만나면 '다시 되돌아갈까?' 싶은 마음도 생겼다.
비상 모래무덤을 파헤쳐 모래를 뿌렸다. 다행히 오는차 가는차가 없어서 탄력을 붙였다.
운좋게 쳐박하지 않고 모악산 남쪽기슭에 도착했다.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내려갈때는 어떡하지?' 근심이 되었다. 골짜기 바람이 매섭다.
여기는 왼쪽으로 높은 산이 있어서 저녁해가 빨리질것 같은 느낌이다.
오른쪽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어 얼음사이로 쫄쫄 물소리가 난다.
내려가 보니 얼음밑으로 제법 손가락만한 '중태미' 물고기가 많이 보인다.
그것만 봐도 여기가 1급수란걸 담박 알겠다.
골짜기에는 길다랗게 황토집들이 들어서 있다.
눈길을 더듬어 걸어 올라가니 길옆엔 눈이 많이 쌓여있고
화초들이 꽁꽁 얼어붙은게 보였다.
예사롭지 않아 자세히 보니 누군가 열심히 가꾸다가 그대로 눈속에 방치해 둔것같다.
덜컹 마음이 내려 앉았다.
"아!~ 주인이 여길 떴구나....."
악마가 소리없이 다가와 암이란 이름표를 달아 놓고 가면, 점차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암세포가 몸속에서 증식되어 결국 말기까지 고통을 주고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암..... 과학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암의 치료를 거의 현대의학에만
의존하지만 임파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전이되어 있는 경우라면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은 지금도 종합병원의 의사들을 절대적으로 믿지만,
어느 순간엔 한계가 있다는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럴때 환자는
이제는 내가 알아서 내 몸을 다스려 나가야할 때라는 것을 깨닳게 되는것 같다.
선임하사님 부인께서도 수술 하지 못한다는것을 낌새로 알아채고
이 골짜기로 가면 나을 것 같다고 가족들에게 줄기차게 요구했다.
민간요법이라 하여 절대로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생체와
비슷한 물질로써 면역체를 키우면 근본치료에 더 가까울 수 도 있다.
우선 부인의 신념이 이곳에서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진것 같다.
올라가면서 보니 5개동 그룹의 입원병동이 있고 여러가지 한방치료실이 있다.
氣수련실 액자에는 모든 정신자세를 바로 가지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한약탕제실,쑥뜸실,한방찜질실,선식부페식당,침술치료실,1인1실병실..등등,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환자는 오전 6시에 기상하여 오후 6시까지 치료 프로그램이 꽉 짜여져 있어
만날려면 틈새 휴식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 선임하사님 되게 심심하겠다.
누구나 암이라고 진단을 받게 되면 그 순간부터 그 인생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암" 선고를 받고 부정을 하고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에 대해 분노를 하고,
'내가 그 동안 나를 잘 관리하지 못했지…' 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빠지기도 하고...
여기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이미 마음을 비운 사람들인지
처음 본 사람에게도 인사성이 밝고 거리감이 없다.
내가 아직 세상의 때가 묻어서인지 멀쩡한 사람도 전부 환자로 보인다.
나이가 아직 젊은 사람, 머리카락이 없어 보자기를 쓴 사람, 중년남자, 할아버지 할머니...
암은 대상층이 없나보다.
환자들이 먹는 선식을 방문객들도 먹을 수 있었다.
1인 \5,000- 선식부페. 거의 야채와 잡곡이다.
시커먼 밥은 흑미찹살 오곡밥이다. 예상보다 맛이 있다.
매일 식단이 바뀐다는데 한가지 바뀌지 않는것은 익힌 마늘과 죽염 이란다.
환자들은 강제라도 많이 드시라고 표시되어 있다. 인심이 넉넉하다.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쳐박히더라도 캄캄해선 곤란하니까 빨리 골짜기를 빠져 나가자" 서둘러 가야했다.
긴 얘기도 못하고 월남전 선임하사님과 헤어졌다.
이제 자주 올거라고 마음 먹으니 아쉬움은 그리 남지 않았다.
쳐박힐것을 염두에 두고 브레이크 밟지않고 1단으로 내려오니 스릴감이 있어서 좋다.
그곳까지 편도 228km/3시간20분 소요/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
여러분 건강하세요... 최진사 올림.
|
이름검색
메일보내기
473
25
32
음미해보아야 하는 글...
불꽃축제 데이트 - 루미나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