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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리집에 닭을 몇 마리 놓아 길렀는데 그 달구새끼는
닭장이 있는데도 밤에는 꼭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올라가서 잠을 잤다.
왜 그런가 봤더니 닭장에는 밤에 도둑괭이가 들어와서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우두머리 장닭의 지시에 의해 나무에서 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장닭은 아무때나 생각이 나믄 암탉을 불러 올라탔다.
땅을 헤집고 딴 지랄하다가도 오야지 장닭이 오래면 달려가서 대주는 걸 보아왔다.
사람은 애를 낳면 애난 표시로 대문에 금줄을 치고 아들 딸 구분을 하는 표시를 하는데
닭은 알을 낳았다하면 장독이고 지붕이고 올라가 요란하게 계성을 지른다.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라 겨우 잠든 애를 깨워놓는게 보통이다.
닭장에 가뒀을 때 닭이 울어서 들어가보면 방금 난 계란을 집어올 수 있었다.
따뜻한 감촉이 느껴져서 좋았다.
어떤 때는 뒤뜰로 돌아가 몰래 깨먹고 닭이 알 안났다고 엄니한테 거짓뿌리 했다.
막 낳은 계란은 고소한 맛이 났다.
어떤 닭은 계란 가질러 들어가면 못가져가게 막 달겨들어 쪼을려고 했다.
닭은 어짜피 키워준 사람을 위해 죽을 운명입니다.
뭐, 닭에다가 운명이란 말을 붙여 미안합니다만.. 하여간 사위가 온다거나,
할머니 눈에 자꾸 별이 보인다거나, 아버지가 밥맛을 잃고 기력이 달린다시거나..
어쨋건 그럴 때마다 한마리씩 사망신고를 하게 마련이지요.
헌데 우리집에서 키우던 닭중 한 놈은 순전히 쓸데없는 오기를 부려
제 명을 재촉한 경우가 한번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이야 별 거 아닙니다.
닭이 울면 알을 낳았다는 자랑을 겸한 신호인데 닭 한 놈이 맨날 울기는 우는데
도대체 어디다 낳고 저 지랄인지 알도리가 없는 겁니다. 우린 닭은 놔길렀거든요.
며칠동안 그렇게 울기는 하는데 달걀을 찾질 못하겠는 겁니다.
어느날 마루에서 배를 깔고 숙제를 하다가 연필이 도르르 굴러 마루틈새로
들어가는 겁니다. 연필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겨우 한 자루뿐이라 마루 밑으로
낑낑대고 들어가는데 마루 끝쪽에 달걀이 몇개가 모아져 있더군요.
그담부터 그 닭새끼가 마루밑에다 알을 낳는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그노무 닭이 울면 마루 밑을 겨들어가 알을 집어왔는데
어느때부턴가는 마루 밑도 아닌 겁니다. 며칠 뒤부터는 헛탕을 치는 겁니다.
이노무 달기새끼가 똥개훈련시키나? 닭은 장소를 바꿔가며 알을 낳는 겁니다.
장독들 사이, 마당텃밭, 대나무숲, 굴뚝 옆, 생각치도 못한 장군통속..
닭은 사람 약올리는 걸 즐기는 거 같았습니다. 이건 영 사람꼴이 아니다 싶데요.
어느날인가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 그 닭이 또 이번엔 어디다 알을 낳나
궁리를 하고 있어 신발을 벗어 닭을 향해 힘껏 던졌는데
신발은 빗나가 열어논 간장독에 빠져 신발 건져내느라 한참 애를 먹었습니다.
몇시간 필사적으로 쫓아다니다 닭은 결국 내 손에 붙잡혀 목 비틀림을 당했습니다.
다른 닭들도 상황의 전말을 내내 지켜보았을 겁니다.
사람을 골려먹으면 그 결과가 어떻다는 걸 분명 알았을 겁니다.
그 담부터 남은 닭들은 얌전하게 굴더군요.
우호적으로구니 나도 우호적일 수밖에 없더군요.
그 닭들의 후손들이 내내 번창하며 지금은 전국 어디에나 고루 퍼져
우리국민의 영양상태 증진에 기여하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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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가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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