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었다. 그 장마란 단어가 그리 싫지가 않다. 다 살기 마련이다. 덥다 덥다 하면서 난리 궂을 치더라도 참 짧은 계절이 여름이 아닌가. 염천을 장마가 식히다보면 어느사이 여름은 비맞은 돌중놈꼴이 되고 바다는 빈 배앓이만 할게다.
연못의 상당부분을 지지난주 줄여 조그마한 웅덩이만을 남겨두고 메워진 그 황량한 자리엔 잔디를 막 심어두었던 터라 가물은 날 땡볕에 장마는 그리 싫지만은 않은 어휘로 다가온다. 시골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한방울 후둑후둑!하더니 드디어 남한강이 흐릿한 실루엣으로 다가서고 초스피드차윈도우브러쉬조차 창문에 흐르는 그 비를 당해내질 못한다! 정신이 다 맑아지고 기분이 한결 산뜻해져 온다. 그래 쉬임없이 내려라. 아애 지구가 떠내려가도록 내려주었으면 좋겠어. 다 잠겨버려라! 정말 곧 다 잠겨버릴것같은 예감이 들정도다. 후후! 한번쯤 그리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가진다들이나 오만한자들이나 척하기 좋아하는 위선자들이나 다 하나의 미물로 돌아가 하늘에 메어달릴거야. 그러면 하늘은 어떻게 정리를 하실까. 난 어느 쪽에 속할까. 아무리 선하게 봐주려해도 아마 나도 구제받기는 글렀어. 지금껏 살아오면서 뭐하나 구두선뿐이었지 진정한 의미의 선한 인간다운 짓거리는 별로 한게 없으니까. 옛 일들이 흘러내리는 빗줄기되어 흐른다. 몇차례 윤회하듯 돌아도 결론은 유감스럽게도 자포자기다. 그래 어쩔수 없어. 벌받아도 싸지. 하늘은 속일수가 없으니까. 설령 하늘이 적당히 눈감아 주신다해도 이젠 내가 나를 너그렇게 봐줄수가 없어져버렸어. 그러기엔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구 순수완 너무 거리가 있어---
그러다 사랑하는 떠오르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다. 그래 그럼 그 녀석들은 어떨가. 다 나보단 착한 녀석들이니 적당히 구제 받을 수 있을게야-----.
어느듯 양평대교를 지나 팔당대교 근처를 지난다. 좀 뜸해진 빗줄기 사이로 옥수수가 창문을 두둘긴다. 3개가 든 한봉지에 손가락 3개가 펼쳐진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배가 고프군. 그러고 보니 점심을 걸렀어-----. 후후 할수없는 미물이로고! 뜸해진 빗줄기가 그래도 왠지 섭섭하다.
DATE: 2005.06.29 -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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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장마비 치고는 좀 요란하게 내리는것 같다. 양평에 375mm 내렸다고 할때 와봄농장 그리고 양평 동술이 걱정을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와봄농장은 약간 고지대 였던것 같아서 떠내려 가지는 않을거라고 믿었다. 도로변에 옥수수 파는 장사들이 늘어 섰는데 올해는 옥수수가 좀 일찍 나온것처럼 느껴지더라. 아니면 이른 품종이 있는건지? 뙤약볕에 농장일 할려면 새카맣게 그을리겠구나. 건강하게 여름 보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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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
♣와봄농장엔 매실이 많이 달렸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