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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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최진현 ( http://www.kaesung.or.kr)

Subject	[퍼온글] 사랑하는 나의 형수님들

사랑하는 나의 형수님

나는 어릴 때 우리 고향 촌동네에서
한 번도 동네 애들한테 줘터져 본 적이 없다- ^^
이러면 듣는 사람들께서는 이 사람 무신 당수깨나 하시는 줄 아시겠지만
천만의 말씀..만만의 콩떡이시다.
우리 동네 약 90%가 우리 집안이라면 이해가 가실런지...
게다가 근동의 씨름대회나 패싸움 등등에서
동방불패로 알려진 사촌 형님들이 가장 총애하는 이 사람에게
혹시나 실수해서 눈이라도 흘긴 녀석이 있었다면,
불쌍한 그 녀석은, 그담날 필경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나에게 사과하러 오곤 했으니까..^^

옆 동네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그 동네 떡대 좋은 상급생과 맞짱을 떴는데..
사촌형님들 이름 두 개만 대었는데도,
꼬리야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 놓아 버렸다.^^
그때도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나이 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각별한 엄호 아래 공부한
이 사람 역시 대단히 총명(?)하여, 국민학교 3학년 때까지는
형님들 연애편지 배달을 방과 후 주요업무로 하였지만,
4학년 때부턴 아예 연애편지 대필 내지는 작성을 하는 겁나는 수준에 도달하고 말았으니,
지금도 사촌형님들, 내 말이라면 아직도 땅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무조건 모두 당연하다는 듯 고개 끄덕끄덕 하신다.^^
그렇게 쳐다보지마시라. 이건 정말..이다. (땅콩도 콩인데 왜 메주가 안 돼!?) ^^

나는 사실.. 사촌이 몇 명 안 된다. 도합 26명이다. ^^ (이러니 동네 90%지.)
내 사촌26명 중 내 서열은 7번이다.
그 중 누님 한 분 빼면 위로 형님이 5분 계신다.
그 다섯분의 형님들 옆지기이신 형수님들 모두 형님과 대화를 나누기 전에,
나와 먼저 대화를 나누었다면 이해가 가시는지?
거기다가 형님은 별로인데 동생이 이뻐서 만나 보겠다는 형수도 있었다면
과연 믿으실런지?? (쿨럭-) ^^
또한 이런 편지 배달 및 작성에는,
그때도 통신료, 정보사용료(용돈 내지 하다못해 왕사탕) 등이 부과되었는데
첨에는 형님들한테만 받다가 나중엔 양쪽으로 다 받게 되는...오오~,
그 황금알 낳는 거위의 쏠쏠함에 대해 아시는지? (다들 모르는 모양이군.)^^

여하튼 그 때 그 누님들이 몽땅 다 이 형수들이니
나의 집안에 대한 나의 파워는 가히 지금도 하늘을 찌를 듯하여,
각 형수들 아직도 되련님 되련님 하며 뭐든 못 챙겨 먹여 안달을 하는 것을 볼 때,
차마 다른 건 허풍이라고 쳐도 ^^ 단지 어릴적 내가 이룬 그 휘황찬란한 업적에 대해서만은,
타인으로부터 칭송 아니받고는 못 배길 지경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중병이군.)^^
또한, 거기서 과거지사 발생하였던 형과 형수의 여러가지 오만 썸싱에 대하여,
이 몸 모다 꿰뚫고 알고 있으니 지금 이 오십 넘은 도련님. 어찌
어깨 아니 들썩 할수 있는가? ^^

"형수~"

"왜요? 되련님~"

"오늘 나 말이지, 갑자기 빈대떡이 먹고 싶어진 거 있지?"

그럼 그때부터 갑자기 비상이 걸린다. 형님까지 싸잡아서... ^^

"여보~, 되련님 입 까다로워서 제대로 해얀단 말예요. 장에 후딱 빨리 갔다오세요."

금방 막걸리, 따끈한 빈대떡이 한상 크게 차려지고 큰어머님 형님 내외분과 둘러 앉는다.
큰어머님께서 깜짝 놀라신다.

"아니? 왠 빈대떡이 이렇게 맛이 좋다냐?
접 때 해 먹던 빈대떡과는 양과 질면으로루다 영~ 틀리는구나. ^^
도대체 여기에다 뭘 넣었냐? 안 그냐 얘야?"

"흐흐..큰어머님. 다 제 덕인줄 아십시오."

"니 덕? 니가 어쨌길레?"

"하여튼 그런 일이 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어쨌든 일단 좀 이쁘잖아요? ^^"

다 먹고 난 후엔 내가 그냥 얌전하게 물러갈 몰랑한 위인이 아니다.

"큰어머님. 저랑 오늘 노래방 가요."

"아이구 그래?? 니가 최고다."

"형님. 나 술먹으면 차 운전 안하는거 알지? 눈 금방 침침해진단 말이야.
나 말야, 형님 때매 (호롱불 밑에서 연애편지 쓰느라) 눈 많이 나빠졌다는 거
그거 좀 꼭 기억 해줘~ ^^"

그 날 결국 형수 돈 옴팍 쓰고 형님은 결국 내 차 몰고 집에 데려다 주고,
우리집에서 둘이 차 한잔 먹고 택시 타고 갔다.

나의 아름다운 형수들은,
자신들에 대한 나의 이 고매하고 숭고한 사랑이,^^
째째하게 여기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
그리고.. 돌이켜 생각컨대
형님들과 형수들의 그 꽃 같이 아름다웠던 연애시절과,
저 먼 내 유년의 뜰에 아직도 오롯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그 사랑이... 생각날 때면...그대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도저히 이걸 참고 방구석에 그냥 쭈글시고 앉아 있을 수 없다.
아아~, 오늘도 나는 그 일로 궁뎅이근질거린다.

"음... 가맛거라... 다음은 어느 형수 차례더라? ^^"

글쓰신분: 配軋(배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