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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는 왜그런지 머리가 몹시 아플때가 있다. 그때는 만사 제치고 산으로 기어 붙는다.
구룡산에서 대모산으로 건너 오려고 양재대로 버스 4430번을 탔더니 아직 설날 연휴도 멀었는데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쪽으로 가는 4차선 도로가 빽빽한 차량으로 주차장이 되었다.
능인선원 육교를 건너와서 담을 끼고 구룡산 꼴짜기로 붙었다. 북쪽비탈이라 아직 눈이 그대로
남아있어 운치가 있다.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귀를 덮는 모자를 썻더니 땀이 흐른다.
능인선원 뒤쪽비탈은 아직 벌거숭이 나뭇가지들이 갈색으로 동면을 하고 있지만 물이 오르는 것만
같이 뿌연색깔을 띄고 봄을 재촉하는 듯하다.
땅은 얼어 있는데 햇살이 닿는 부분은 녹기 시작한다. 그러나 찬바람이 몰아치니 아직은 겨울이다.
뒤를 돌아보니 관악산이 보인다. 산아래 왼쪽으로 과천 아파트들이 보이고 경마장 관중석도 보인다.
인천쪽으로 흘러가는 한강에 다리들이 몇 개 보이고 63빌딩이 쏫아있다. 맑은 날은 이북땅도 보인다.
겨울바람 쌩쌩부니 오늘은 그래도 스모그가 많이 걷혔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고 앞엔 매봉산이 있다.
매봉터널을 나와서 76층 타워펠리스 옆에 바로 양재천 영동3교 밑에 색소폰 공연장이 있다.
산수유 개나리 목련이 모두 피면, 양재천 색소폰 동호인들의 연주회가 시작된다.
팔당대교에서 흘러 내려오는 한강물은 아차산 워커힐 앞을 흘러서 서울 잠실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대모산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데 철거민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 들더니 산기슭을 야금야금 파 먹는다.
수서동으로 가는 일원터널을 나오면 산속에 파묻힌 일원동 아파트 촌이 나온다. 서울같지 않게 공기가 좋은곳인데 친구 백동기(Siestro)의 자택이 사진속에 어디쯤 되는것같다. 진주 姜공의 유택이 양지 바른곳에 자리잡고 있어 먼저 하늘로 간 강태공 생각을 해본다. 멀리 산비탈을 바라보니 물이 올라 뽀얗게 변한 은사시나무들이 봄이 오고 있슴을 표시하고 있는 듯 하다.
뽑아서 팽개쳐진 말뚝을 보니 이리저리 치여서 맥을 못추는 무력해진 우리 軍을 보는 듯 하다.
싹이 트면 저 산비탈 전체가 그린색으로 변해 가겠지...도시의 허파역할을 하는 이런 산이 있어 좋다.
아직은 잔설이 남아있어 정겹다. 산등성이를 넘어 헉헉대며 걸으며 온갖 상념에 젖어보는 시간이 좋다.
적당히 피로감이 생겼으니 오늘밤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여러분 설날 잘 보내시고 복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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