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대기실
아침 일찍 건강검진차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지쳐 신문쪼가리 뒤적이는데 계속해서 **번손님!하며 부르는 방송이 나온다. 나완 무관한것 같아 다시 신문으로 눈길을 옮기는데 좀전에 무슨 차트번혼가가 기억이 설핏들어 살펴보니 나를 찾는 소리다.
쌍놈의 x! 그냥 이름을 부르면 될텐데 나는 사라져 버리고 갑자기 차트속의 남버링된 번호만 나를 대신하고 있다.
그래 이곳엔 이미 "나"는 없고 "나"대신 저희들이 임의로 분류해 놓은 "번호"가 모든것을 대신하고 있구나.
사뭇 사무적이다. 때때로 허여멀건 맛없어 보이는 간호사년의 미소속에 살기마져 느껴진다.
아하 이곳에 들어오면 그냥 몰개성화된 쪼다고 환자가 되어버리는구나.
굶으라고 해 어제 낮에 순두부외에 먹은 것이 없어 허기져 돌아가실 지경이어서 정신도 몽롱한데 이 친구들 "번호"들을 마치 물건 다루듯 하는구나!
갑자기 초조해지고 한시라도 빨리 바같으로 나가고 싶다. 허여멀건 흰 찐뜩한 걸 한컵먹여 기계에 눕혀놓곤 사정없이 좌로 우로 돌린다. 화면에 내 위장인지 대장인지가 허옇게 투영된다. 저게 한꺼풀벗겨된 내 오장육부의 하나로구나! 언제 끝날까----. 참 하잘것없는 관찰의 대상일뿐인 몸둥아리를 가진 녀석이로구나!
넘버링화된 내가 언제 다시 "나"로 환원되는건가. 몰개성화되고 상품분류번호화된 내가 싫다. 내가 언제 와봄농원에서 철쭉을 즐겼으면 언제 정다운 친구들과 술한잔기울렸나 싶다. 내 나가면 다시 오나봐라!
빨리 나가야지!
드디어 "번호"가 "나"로 돌아왔다.
얼른 병원문을 나섰다.
살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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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상도 샘 (경상도 선생님)--유머
법화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