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회우
9.20수요일
느닷없이 오목이가 먼길서 올라와 한잔하잔다. 찾아가 잔을 권할 판인데 지발로 걸어 오겠다니 왠떡!?
번개팅을 하기로 작정했다. 사람좋은 동술이가 하얀눈사탕 한아름안고 건너오고 오목눈은 소풍때 즐겨먹던 솜사탕 딱 제먹을것만 싸들고 구리토평에서 양평으로 기어왔다. 난 그저 잔디밭에 자리깔고 술내오며 그녀석들 눈사탕 솜사탕 즐기는것만 침흘리며 보아야했다.
별밝은 밤은 아니었다. 그래도 은하수가 흐르고 견우직녀사이에 백조좌가 창공을 나는것은 보였다. 모과 나무 아래 잔디밭에 불밝히고 탁자위에 삼겹살에, 있는 술, 모조리 배설하고 둘러앉은 시각은 거의 8점이 되어서였을거다.
술이란 술은 다 동원되고 그 술병들이 다 비어졌어야 비로서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었다. 이미 카시오페아별자리가 서쪽으로 기울만큼 기우려져 있었다. 양주에 와인에 소주에 맥주에----. 오고간 대화라야 친구지간에 뭐 별다른 이야기 있었을까. 나이가 들어서인지 토옹 진도가 나가지않아 여전히 낡은 버전에 재탕이다. 지난 쌍8년도 버전의 귀신단지 낡은 스테리오판임에도 그냥 한잔 술은 윤활유가 되어 우정의 판을 뱅뱅돌린다. 사람좋은 멋진친구들, 오목이는 육구가 되어져 발음이 슬슬 세고 동술이는 뭐 나사라도 하나 빠진 나이가 되었으니 그냥 실실 흘리는게 침이요, 웃음이다. 고쳐지지않는 발음. 살(쌀)!이젠 왠만하면 고쳐지기라도 할만한데 여전히 "쌀"발음은 그냥 "살"로 부산 피난민시절부터의 혀꼬부러져 익은 소리다. 서로 고치라고 충고들 하시네!^^누가 누구에게?
그래도 어느 누구하나 못알아들은 친구없고 그냥 이심전심이다.
가을 깊어가는 밤에 정다운 친구들과 이렇게 뜻하지않은 조우에 한잔의 술이라! 달이 술잔위에 뜨면 더 좋으련만 그래도 그 친구들 웃음소리에 풀벌레 소리에 지나가는 중앙선 완행열차가 멀리 고가에 불밝히면 오늘 밤같은 가을밤은 운치를 더하게 된다. 그래서 와봄의 우정은 깊어지고 촌부는 마냥 살맛이 나는것이다. 나이들었어도 그래도 내려놓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욕심이 아닌가!
익일 아침에 오목이가 지은 거의 다 탄 잿밥에는 뒷밭에서 봅아다 끓여놓은 배추된장국이 제격이었다. 오목이가 조개젓을 양념장으로 비벼먹으며 조개 맛있다!라며 조개인양 즐기다 깔깔대며 아침에 와봄 사립문을 나섰다..(솜사탕은 우쩌구 조개맛있다라니!) 와봄의 여기저기 만발한 코스모스가 서운해 고개짓이다 삼거리에서 오목이가 부산길로 들어선다. 가다가 신룩사라도 들렸다 쉬엄쉬엄 내려가겠다고 했다.
담배한대 나눠피우고 헤어졌다. 담배연기가 파란 가을 아침 공기에 뿌옇게 녹아든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솜사탕 , 지만 숨겨놓았다 먹는 그 악동녀석이 부산 내려간다는데, 속절없이 괜히 왜 내마음이 서운해지냐? 눈꼽떼어내며 담배연기 스러지는 아침 공기가 투명한 건너산을 하릴없이 쳐다보기만 한다.
잘가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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