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엔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으로 돌아다니는게 일종의 취미라면 취미였다. 그러나 그걸 취미라곤 할 수 없다. 그러면?
갑갑해진다. 세월이 많이 갔어도 취미의 범주는 늘 싱겁다.
그러다 좀 나이들어서 시골가서 마당에 가만히 앉아 뒷산을 바라보거나 얼마되진 않지만 밭이랑에 다가 가서 이것저것 뒤적이는 취미를 붙였다. 이게 정말 괜찮은 취미였다. 주말이 어떻게 가는지 봄이 어떻게 왔다가 가시는지 가을 낙엽이 지면서 감의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이 시리도록 보면서 취미아닌 취미로 희열을 갖기 시작한것이다.
지난 주말 와봄에 잎새큰 목련의 노란 단풍든 잎과 알록달록 붉은색계통으로 물든 감잎이 뒷마당에 함께 깔린 채 내 발밑에서 사각거리며 무언가 말을 하는듯 했다.
이른 봄 난 잔디위에 퇴색되어 무리져 앉은 이 낙엽들을 구박하기만 했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게 아닌 것이다. 한 순환이 새 생명을 잉태해가는 과정임을 왜 진즉 몰랐을까.
스산한 겨울날 이리저리 팔랑거리며 온 사방을 날아다녀도 좋다! 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낙엽을 즐기리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거의 다진 나목 가운데 감의 색깔이 유난히 다홍색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