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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설화
구룡산을 자세히 보면 계곡이 아홉 개이다. 그러니까 산 능선도 아홉이 되는구나.
그런데 그 계곡마다 우물이 또한 아홉 개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홉은 완전수이다. 그러니 이 산은 완벽을 기한 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는 국수봉(國守奉)이라고 하는데 이 지킬 수(守)자는
봉화불 수(燧)자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거기에 봉화불을 올릴 봉화터가 있고 그 아래 바위굴에서는 이 봉화불을
담당한 군사가 기거를 하였다는 것이다.
나라를 지켜주는 봉우리! 여기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원래 그 산 계곡의 우물에 용이 각기 한 마리씩 살았다. 그때는 산계곡이 아홉이 아니라
열이었다고 하는데, 이 지상에서 할 일을 다 마친 용이 그 형제들에게 말했다.
“자, 우리 열 형제는 이제 하늘로 올라가자. 우리가 올라갈 때는 아무도 보아서는
안 된다. 만약에 임신한 여자가 우리를 보고서 ‘용 올라간다!’고 소리를 지르는 날에는
부정을 타서 기운이 떨어져 승천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지상의 일은 오늘 밤에 다 마치고 일직 잔 뒤에 내일 이른 새벽에
올라가도록 하자. 하늘 문이 첫 새벽에 열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저 막내가 늦잠꾸러기라서 걱정인 걸!”
“걱정 말아요. 형들이나 잘 해요. 저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날 테니까요.”
막내의 자신만만한 말에 형제들은 안심을 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었다. 맏이 형이 동생들을 깨웠다.
“자, 일어나라. 우리가 승천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막내는 엊저녁 장담과 달리 일어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시간 없어. 어서 일어나. 임신한 여자가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러 나오기 전에!”
이런 소리를 하면서 맏이용이 다들 승천 준비를 시키고 점검을 하였다.
“자, 지상을 떠나서 승천을 하자!”
그들은 일제히 하늘에 올랐다.
하늘은 이들을 환영하는 구름을 만들어서 어서 들어와 몸을 감추라고 하였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위로 아홉용은 구름에 진입을 하였다.
그러니 용이 금방 올라간 줄을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늦잠꾸러기요 말썽을 부리던 막내는 그만 출발이 늦었다.
“아이구, 나도 빨리 하늘에 올라가야지!”
하고 서둘러서 올라갔다. 저만치 형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형님들, 천천히 가요!”
“막내야, 어서 힘을 주어서 올라오너라!”
막내용은 이제 막 그 먹장구름 속에 형들처럼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직 꼬리와 몸뚱이는 남아 있고.
“앗, 용 올라간다!”
아, 사람이, 여자가, 임신한 여자가 소리를 친 것이다.
임신한 여자는 대단히 힘이 센 여자로다. 아이를 뱃속에 넣고 활동을 하는 그 여인은
두 사람 몫을 하는 장사이다. 위대한 여성은 임신한 여인이다.
그 여인은 세상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입장이다.
산천 정기를 흡수해서 영웅호걸을 만들고자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뱃속의 아기 양분으로 삼는다. 비록 용이라 하더라도 이 흡수력이 강한
임신한 여인의 힘을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용이 저기 올라간다!”
이 말은 그 용의 기운을 빼서 자기의 뱃속 아기에게 주겠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용이 때로는 훌륭한 남성일 수도 있다. 그 남성이, 용이 하늘에 오르듯
지금 출세를 하려는데 속이 좁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유혹을 하고 방해를 놓는다면
그 남성은 온건한 출세, 곧 용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남자가 가진 위대한 꿈을 여자에게 노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도 하겠다.
이 막내용은 그 형들이 걱정을 한대로 그만 승천을 들키고 말았다.
“아 - 악!”
막내용은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이미 구름 속에 들어간 아홉 형들은 안타까웠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 동생이 그만 임신한 여자한테 들켰구나! 너는 이제 땅에서 냇물이 되어라.
그래서 세상 사람에게 먹을 물, 농사를 짓는 물이 되어라.
우리 아홉 형들은 하늘에서 제 때에 비를 내려줄 것이다.
동생아, 비록 너는 하늘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지상의 물이 되어라.
좋은 재목, 좋은 재산인 물이 되어라. 양재천(良才川)이 되어라.”
이리하여서 양재천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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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눈사람
최진사네 앞동산 - 大母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