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에 달이 밝다.
일요일밤...윤7월 열여드레.
윤달이 없었드라면 추석이었을 계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양재천 저녁공기는 차겁다.
밤9시가 넘었는데 양재천 산책로는 북적댄다. 사람들이 많이도 걷는다.
양재천 뚝방 언덕배기에 심어놓은 수수가 탐스럽게 자라서 가을을 표식하고 있다.
휘영청 달이 떠서 최진사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영동2교에서 3교쪽으로 바라보니 타워팰리스가 마법의 성처럼 불이 휘황찬란하다.
영동3교 근처에서 강바닥이 가팔라서 물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어두운데도 백로는 고기를 잡고 있었고, 청춘남녀는 물가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저기 성냥갑처럼 올망졸망한 칸마다 한사람 또 한사람들의 인생사가 흐르고 있을것이다.
갈대밭엔 이웃학교 학생들이 가을 허수아비 축제를 열었나 보다.
어둠속 팔벌린 허수아비는 유령처럼 섬뜩할텐데도, 미녀 허수아비는 정답기만 하다.
영동5교 건너편에 개포5단지 상가가 보인다. 하늘에 좀더 가까이 십자가가 보인다.
영동5교 아래에서 밤공기를 타고 멋진 음악이 들려서 내려갔더니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었다.
혼자 외로히 연주했지만 지나는 산책객들이 멈춰서서 한 두 곡씩 감상하며 박수를 보낸다.
입문한지 1년반 정도 되셨는데 반주기 따라 부는것보다 조용히 혼자서 부는게 좋으시단다.
최진사를 따라오던 열여드레 달은 어느덧 개포6단지 위로 성큼 떠 올라 버렸다.
오늘 산책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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