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교 6학년때 일이다.
그 때 일요일마다 각 중학교에서 6학년을 대상으로 '입학 모의 고사'를 실시 하고 있었다.
경남 여중에도 가보고, 부산 중학교에도 가보고, 항도 중학교에도 가보고, 동성 중학교에도 가 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개성중학에서 모의고사를 실시한다고 하여 찾아가보니, 세로 지은 좋은 4층 신축건물이 있고, 신관은 세로 건축 중이라 바깥으로 아시바가 얼기설기 얽혀있고, 광무 국민학교에서 올라가는 비탈은 진흙길이 되어, 미끌어지기 일수이고, 운동장은 조그맣고,화장실은 실외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라는데, 다 쓸어져가는 건물에 기다랗게 홈통을 설치해놓아서, 냄새가 진동을 하고, 누런 본의가 잔뜩 끼어있었고, 뒷동산에는 가물건이 판자교실로 남아있고 여기저기 너즈분하였지만 곧 정리되어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 할 수있다는 말과 최신시설로 수세식 화장실이 있지만 오늘 수험생들은 사용방법을 모르니 개방 되지않는다는 말도 곁들여 학교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집에서 도보로 다닐 수있는 학교로 최신 시설이 갖추어진 학교는 그래도 개성중학교 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신문지나 노-트를 빡빡 비벼서 뒤를 닦던 시절에 수세식 화장실에 인조대리석으로 깔린 바닥이라니, 도모지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여하튼 나는 개성중학교로 낙점을 놓고 입학하여 그 좋은 교실에서 3년간 눈이오나 비가오나 학교에 결석 한번 안하고 잘도 다녔는데,그리고 황령산에 올라가 보면 서면 주위에서 뚜렷이 보이는 건물은 우리 개성중학교가 우일 무이 했는데,졸업을 하고도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그래도 우리학교 교훈
(1.학교는 친구를 사귀는 곳이니라
1.글을 배우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
1.할 바에는 잘하자)
을 들먹이며 우수성을 대변하곤 했는데,
이제 그 자랑스럽던 학교 교정이 헐리고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게되었다니,이전하는 장소는 더 좋은 장소가 되고, 더 좋은 시설과 더 좋은 전통을 이어 갔으면 하는데,부산 상고도 이름을 개칭하여 '개물성무'의 전통으로 다시 돌아가 개성고로 한다는데,그래도 처음 지을 때도 보고 헐릴 때도 보는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구분이 잘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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